안데르센 동화로 유명한 인어공주는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유럽 어디에나 비슷한 설화가 존재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다. 물의 요정, 그들에게 금기시된 인간에 대한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타오르는 사랑과 그로 인한 비극, 물속 세계에 대한 묘사 등등... 특히 발레에서는 수중에서 벌어지는 디베르티스망이 중요한 관심사여서 부르농빌의 '나폴리', 프티파의 '파라오의 딸', 우리나라 유니버설 발레단 고유의 레퍼토리인 애드리언 댈러스의 '심청'이 그런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그 또 하나의 예가 영국 발레의 국민적 존재인 프레데릭 애쉬튼이 안무한 '온디네'이다. 특히 물의 요정 온디네는 모든 면에서 인어공주와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이며 발레는 비극으로 끝맺는다. 1958년에 초연된 작품으로서 양식상으로는 고전 발레의 구조와 테크닉을 갖고 있지만 한스 베르너 헨체의 현대음악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특별한 발레가 되었다. 그동안 일부 장면이 생략된 마고트 폰테인의 오래된 필름만이 존재했을 뿐인데, 본 영상물은 2009년 6월 로열 발레에서 공연된 최신 실황을 담고 있다. 1995년 이래 동 발레단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의 요시다 미야코가 혼신의 열연으로 온디네 역을 잘 소화했다.
(1막) 베르타의 성에 팔레몬이 도착하여 구혼하나 베르타는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도도한 척 거절한다. 물의 요정 온디네가 이곳에 나타나 놀고 있는 것을 팔레몬이 발견하고 호감을 갖는다. 온디네는 도망가고 팔레몬도 쫓아간다. 숲에서 온디네와 팔레몬은 재회하여 서로의 감정을 표현한다. 물의 요정의 두목 티레니오가 분노하지만 팔레몬과 온디네는 현자의 주례로 즉석에서 결혼하고, 온디네는 인간의 영혼을 얻는다. 숲으로 쫓아온 베르타 일행은 물의 요정들에게 혼쭐이 나고, 티레니오는 사랑하는 온디네가 인간을 따라 떠난 것에 분노한다.
(2막) 결혼한 두 사람이 배에 오른다. 그들 몰래 베르타도 승선한다. 배가 거친 풍랑을 만나게 되자 온디네가 물의 요정의 힘으로 잔잔하게 만든다. 베르타는 온디네가 마녀라고 선원들을 선동한다. 미신에 젖은 선원들은 티레니오가 일으킨 풍랑을 온디네 탓이라 여기고 그녀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풍랑은 거세지고 배가 침몰하는 위기에 도달하자 팔레몬은 베르타를 구해 탈출한다.
(3막) 베르타와 팔레몬의 결혼식 날이다. 결혼 축하연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티레니오와 물의 요정들은 베르타와 하객을 폭풍우로 휩쓸어 버린다. 팔레몬만 남겨졌을 때 온디네는 슬픈 모습으로 나타난다. 배신에 대한 심판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입맞춤은 곧 죽음을 의미하지만 최후의 파드되가 펼쳐지고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 사람은 키스하고 팔레몬은 죽어간다. 팔레몬의 시신 위에 온디네는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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